(그날 그때) 학대 피해아가 자라서 부모를 살해
2000년 5월 21일. 경기도 과천시가 있는 가정에서 중년 부부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부부의 차남 이은석. 존속살 자체가 사람의 길에 등장하는 것이지만, 살해 방법이 가족들 사이에서 이루어졌다는데 너무 잔인했다. 부모를 살해하고 시신을 해치고 심지어 포기했다. 이 수형자의 범행동기는 무엇이었을까.

이은석은 1976년 부유한 가정에서 남자 2명 형제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전군 장교에서 어머니도 이화 여자대를 나온 엘리트였다. 그런데 부부 아이의 키우는 방법과 교육은 엘리트 방식이 아니었다. 그의 학습이 다른 것보다 늦었고, 움직임이 어지럽다고 반드시 말에 의한 폭력과 신체적 폭력이 더해졌다. 즉 학대였다.

유치원에서 시작된 학대는 고등학교까지 이어졌다. 이 수형자는 사회불안장애의 증상을 보였고 학교생활도 쉽지 않았다. 학교에서 왕따와 폭력에 시달리고 교우관계 잘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그는 우수하고 고려대학에 입학했다. 그러나 부모님으로부터 돌아온 것은 '서울대에 넣지 않았는가'라는 차가운 말이었다. 대학 생활도 순조롭지 않았다. 병역으로 입대한 군에서도 내향적인 성격으로 고생했다. 부모는 그가 복무하던 3년 동안 한 번도 면회에 오지 않았다. 무사히 제대해 귀가했지만 부모의 인격을 부정하는 폭언은 이어졌다.

사건 발생 10일 전의 사건이다. 이 수형자는 어머니와 격렬하게 논쟁을 했다. 그동안 순종했던 그가 부모에게 처음으로 반항한 순간이었다. 가출에 가까운 형태로 독립을 선언한 형에게 부부가 아파트를 마련해준 것에 대한 외로움으로 시작된 논쟁은 과거의 자신에 대한 학대의 이야기까지 퍼졌다. 어머니는 과거를 꺼내지 말고, 나중에 이야기를 들은 아버지는 그를 걷어차었다.

대화에서는 부모님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을 통감한 이 수형자는 절망에 빠졌다. 그날 이후 문에 열쇠를 걸고 닫혔다. 결국 그는 부모를 죽이고 상처를 버렸다. 1심으로 사형 판결을 받았지만, 형인 장남은 “(동생의 마음이) 아는 생각이 든다”고 선처를 요구했다. 다니던 교회 신자들도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양형은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확정했다. 현재는 무기징역형으로 복역 중이다.

이은석은 존속살의 가해자이자 아동학대의 피해자였다. 사건이 일어나 사회의 분노는 전자에 집중해 어려운 시선을 보냈지만, 이후 후자를 생각해 보자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심리학자 이훈 박사(전 연세대 교수)가 이은석과 면회해 발행한 '나쁘다고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웠는가'라는 책이 대표적이다. 책 제목은 경찰 조사에서 그의 진술이다.
2023/05/27 12:15 K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