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서적비를 아끼는 학생들… '불법 복사 천국'이 된 학생가 = 한국보도
"책 불법 카피가 신품의 10% 정도의 가격이므로, 어쩔 수 없이(불법 카피 파일을) 구입했습니다"

이화여대에 재학중인 A씨는 최근 전공하고 있는 교과의 불법 복사 파일을 4000원으로 구입했다. 대학 강의에서 사용되는 서적의 가격은 1권당 약 4만원으로, 학기 중에 필요한 교재를 모두 구입한 경우, 30만원을 넘는 비용이 걸리기 때문이다. A씨는 “물가 상승에 따라 본대가 부담이 되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서적 PDF 파일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전공 교재를 불법으로 스캔하여 이를 판매하는 사례가 횡행하고 있다. 정가로 교재를 구입한 학생이 스캔파일을 만들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를 판매하는 것이다. 한국 저작권보호원이 2022년 5월 발표한 ‘저작권보호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불법 복제된 출판물을 이용한 사람의 비율은 20대(29.8%)가 전 연령층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 물가 상승도 대학생의 불법 복사를 증가시킨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전국 대학생 네트워크가 발표한 대학생 207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물가 상승을 피부로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95.1%(1975명)가 실감한다고 답했다. 물가 상승으로 생활비 부담이 늘어나 교재비 지출을 줄이는 학생이 늘고 있다. 한국 외국어대학에 재학 중인 이씨(21)는 “강의에서 쓰이는 서적이 너무 높아 요즘 생활비가 들기 때문에 불법 복사본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불법 사본은 온라인으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기자가 있는 대학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경제학 원론의 PDF 파일을 구입하고 싶다」라는 내용의 문장을 올리자, 곧바로 다수의 코멘트가 붙었다. 가장 먼저 코멘트를 한 사람에게 연락하여 거래를 시도했다. 거래가 성립된 뒤 5000원을 입금하자마자 불법 복사 파일이 전송됐다. 구매를 시도한 후 실제 구매까지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대학생 대부분이 종이 책보다 전자문서에 익숙하다는 점도 불법 복사가 늘어난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 외국어대학에 재학중인 박씨(21)는 “종이 책은 무겁고 알고 싶은 부분을 찾기도 어렵다”고 말하며 “PDF 파일은 태블릿 등에 다운로드하면 휴대하기 쉽고 북마크 알고 싶은 부분을 바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 사이에서 불법 복사가 활발해지고 출판 업계에서는 머리를 안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16일 서울대학생회관 앞에서 불법복사 근절 캠페인을 열고 “날이 늘어나면서 심각화되는 불법 복사가 학술·출판계의 발전을 막고 있다”고 토로했다.

출판 업계는 정부의 엄격한 단속과 불법 사본이 중죄라는 주지를 촉구하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류원식 상무이사는 “정부가 신학기 집중 단속 등을 통해 불법 복사 근절에 노력해야 한다”며 “각 대학에서 저작권에 관한 교육 등을 실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 라고 강조했다.
2023/03/30 09:35 K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