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비' 베트남에 이어 쿠웨이트 레바논에서 상영 금지
영화 '바비'가 전 세계적으로 매출 10억 달러의 흥행을 기록해 인기를 끌고 있지만 베트남에 이어 중동지역인 쿠웨이트와 레바논에서는 상영 금지가 됐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영화 '바비'가 쿠웨이트와 레바논에서 자국의 보수적 가치에 해를 끼치는 것을 이유로 상영이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쿠웨이트 영화 검열위원회는 '바비'를 공공윤리와 사회적 전통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금지한다고 밝혔다.

쿠웨이트 국영통신사에 따르면 라피 알 수베이 언론 출판부 차관은 “바비”에 대해 “쿠웨이트의 사회와 공공질서에 맞지 않는 사상과 신념을 조장한다”며 “쿠웨이트의 공공윤리에 반하는 외국영화는 종종 장면이 검열되지만 이질적인 개념이나 메시지,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 포함된 영화는 완전히 상영 금지된다”고 지적했다.

레바논은 동성애를 이유로 꼽았다. 레바논 문화부의 모하마드 몰타다 장관은 “바비가 신앙과 도덕의 가치를 위반하고 동성애와 성적 변형을 조장한다”고 검열을 담당하는 내무부 측에 상영 금지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또 “바비가 어머니의 역할을 조롱하고 결혼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상영금지 요청에 대한 배경도 설명했다.

중동 지역에서는 역사적으로 동성애가 광범위하게 범죄시되어 왔다. 그러나 레바논은 성적 소수자에게 관대한 나라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번 상영금지 조치가 화제가 됐다. 레바논은 2017년까지는 아랍 국가 중 처음으로 성적 소수자 퍼레이드 주간을 열었다.

바비는 동성관계를 노골적으로 묘사하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고 NYT는 전했다. 이 영화의 출연진에 동성애자인 케이트 맥키논과 트랜스젠더 하리네프가 등장할 뿐이다.

이와 관련해 NYT는 최근 몇 달간 레바논에서 반성소수자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레바논의 시어파 무장정파 히즈볼라 지도자가 지난달 동성애가 레바논에 '박박한 위험'을 제기한다며 레바논 당국에 조치를 촉구했다고 언급했다.

동성애 등 성적 정체성을 이유로 중동에서 상영이 금지된 영화는 '바비'만이 아니다. 앞서 ‘스파이더맨 : 아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예고편에 트랜스젠더 아이 보호 포스터가 등장하기 때문에 아랍 에미리트 연합(UAE)에서 상영이 금지됐다. '토이 스토리'의 버즈에 초점을 맞춘 '라이트 이어'는 두 여성의 키스 장면이 등장한다는 이유로 약 12개 중동 국가에서 상영할 수 없었다. 마블에서 처음으로 게이 슈퍼 히어로가 등장하는 '이터널스'는 사우디 아라비아와 카타르, 쿠웨이트에서 상영이 금지됐다.

바비는 앞서 베트남에서도 상영이 금지된 경위가 있다. 중국과 베트남이 모두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표시하는 지도를 중국의 일방적인 주장이 반영된 것으로 담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형으로 선을 그어 이 중 약 90%의 영역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바비 인형을 소재로 한 영화 '바비'는 주인공 바비가 이상적인 '바비랜드'를 떠나 현실 세계에 와서 일어나는 사건을 그렸다. 할리우드에서 배우·감독·작가로 활약하는 그레타·가위그 감독이 메가폰을 취해 페미니즘의 시점과 현실풍자를 더했다.
2023/08/14 11:53 KST